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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웹툰 '파이브'의 작가 정연식

작성자Taucon
등록일23-08-26
조회수542

만화에게 선택당한 소시민 정연식

[인터뷰] 웹툰 '파이브'의 작가 정연식

 



“내가 만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만화가 날 선택했다.”


다음 만화속세상에 웹툰 ‘파이브’를 연재하고 있는 정연식 작가가 만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유다. 만화가 좋아서, 만화밖에 할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화에게 선택 당했다? 정연식 작가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저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정말 ‘만화에게 선택당했다’는 표현외에는 달리 만화가의 길을 가고 있는 정 작가의 삶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보인다.

아직 마음만은 하고싶은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20대지만 나이에 책임을 져야하는 40대 중년 아저씨가 되어버린 정연식 작가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자.



만화에게 선택당한 평범한 소시민, 만화작가가 되다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광고업계에서 감독의 길을 걷던 정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졌다. 직장 상사와 마음이 맞지 않은 탓이었다. “다시는 이 쪽에 발을 디디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회사를 뛰쳐나왔지만 달리 먹고살 방법이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동안 이름은 프리랜서지만 실제는 백수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께 물려받은 ‘사막에서도 살아남는 자립심’덕에 폐지를 주워 생활을 연명했다. 그러나 그 일도 “나이든 어르신들의 밥벌이를 빼앗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하기 어려웠다. 그때 만화가를 하던 친구가 공모전에 작품을 내보라는 제안을 해왔다. 결혼까지 한 성인으로서 먹고 살 방법이 막막했던 상황이라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도 급하게 준비한 공모전에서 턱걸이로 당선되었다. “상금도 없는 그냥 당선”이었다고 정 작가는 회고했다.


그런데 정말 만화가 정 작가를 선택했다. 먹고살 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에 공모전을 내보라는 친구의 조언도 그랬지만 ‘턱걸이’로 입상한 정 작가에게 신문사에서 연재제의가 들어온 것도 그랬다. 첫 제의가 들어왔던 일간지에서는 제약이 많았던 반면 계열사인 스포츠투데이에서는 오히려 소재에서 제한이 없었다. 스포츠신문이었던 탓에 폭력이나 성과 같은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좋다고 했단다. 신문사와 여러차례 협의 끝에 탄생한 만화가 바로 ‘또디’다.


정 작가는 데뷔작인 ‘또디’를 통해 작가로선 처음으로 1999년 ‘한국출판만화 대상’과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기리에 연재되던 ‘또디’는 ‘또디’, ‘또디,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또디 동네 사람들’등 3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되며 6년 넘게 연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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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디’로 만화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진 정 작가는 첫 장편 만화 ‘달빛구두’를 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하면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연재가 한창 진행중이던 시기에 영화화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라면 ’달빛구두‘의 스토리가 얼마나 탄탄한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만화는 3권의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웹에서 삭제되어 지금은 단행본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가끔 ’달빛구두‘를 다시 보게 해달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올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장수만화였던 또디와 웹툰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달빛구두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달빛구두 연재 이후 정연식 작가의 작품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오매불망 정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던 팬들이 지칠 즈음 다음 만화속 세상에 ‘파이브’라는 색다른 만화가 등장했다. 영화 ‘추격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스릴러물이다. 예고편이 독특하게도 플래시로 제작되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신인작가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익숙한 그림체라고 생각되어 작가 이름을 보니 바로 눈 빠지게 기다리던 그 이름. 정.연.식이다.


반가움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 사이 ‘또디’도 새로운 둥지를 틀고 연재가 진행중이었다. 그것도 이미 일년전에. 또디와 이팔육, 그리고 아내인 영희는 그대로인데 새로운 식구가 늘었다. 이팔육에게도 딸이 생긴 것이다. ‘또디’의 매력은 여전하다. 이제야 말하지만 ‘또디’를 다시 보게 됐다는 반가움과 새로운 장편을, 그것도 전작과는 전혀 다른 소재를 가지고 여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정작가를 발견한 흥분에 이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사실 기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정 작가의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놓고 매일 들여다봤던 골수팬중의 한 명이었다.


독자들의 관심을 잔뜩 끌어다놓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기간 동안 도대체 뭘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대단한 작품으로 돌아온 걸 보면 4년 동안 창작을 위해 칩거를 했다고 해도 믿어줄 수 있을것 같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달빛구두’ 영화화 작업을 진행했다며 전하는 그간의 사연은 역시 만화에게 선택당하는 과정이었다.


만화가로서 소위 ‘한창 잘나가던 시절’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아픔을 겪으면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정 작가는 연재중이던 작품을 모두 마무리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산에서 생활하다 내려와 곽경택 감독이 대표로 있는 ‘진인사필름’에서 ‘달빛구두’ 영화화와 감독 제안을 받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잘나가는 영화 제작사에서 이니셜만 들어도 ‘까~’라는 비명이 절로 나올 남자배우가 캐스팅되었지만 크랭크인은 되지 못했다. 하필 한국영화 흥행돌풍으로 수많은 영화제작사가 차려지고 영화가 만들어졌다가 우르르 망한 그 시기였기 때문이다. 제작자를 구하지 못해 수차례 배우가 변경되었고, 정 작가는 영화감독의 이름을 가진 백수가 되었다. 아이까지 딸려있으니 생활이 궁핍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테다.


마침 그때 조선일보 기자가 연재를 제의해왔다. 배고프고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줬으니 가장으로서 당장 손을 잡는게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정연식 작가는 또 한 차례 만화에게 선택당했다. 이번에는 새로운 가족으로 딸 ‘봄’이 합세해 더 강력한 일상만화의 파워를 선보이는 작품의 이름은 바로 ‘또디즈’다.


만화에게 선택당한 정 작가는 ‘스토리텔러’라는 작업실을 꾸리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원하는 ‘한국만화창작스튜디오’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에 입상한 스토리를 토대로 만든 작품 ‘파이브’를 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하고 있다. 만화로 돌아오자마자 ‘스토리 공모대전’뿐 아니라 ‘제8회 대한민국 창작만화공모전 카툰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영화판에 있을 때는 입원해야할 정도의 교통사고만 3번을 당했는데, 만화는 하자마자 나라에서 주는 큰 상을 두 개나 받는 걸 보면 ‘만화에게 선택받았다’는 말이 딱맞는 말인듯 하다. 작가 개인의 입장을 벗어나 독자입장에서도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트리게도 만들고 숨죽이며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밀게 만들 정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간꾼인 그를 만화가 선택해준 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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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국 모두 이야기다", 타고난 이야기꾼 정연식


적어도 그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정연식이 빼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에 반대표를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그의 작품을 다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 잠깐 그의 작품을 되새겨보도록 하자.


‘또디’는 무명만화가 이팔육과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애완견 또디의 이야기를 그린 일상만화로 평범한 사람들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담았다.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되새기는가 하면 강아지의 눈으로 보는 인간상은 우리 자신고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적인 만화이기도 했다. 스포츠신문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컷만화와 다이어리툰이 부흥을 시작하던 당시 '또디‘는 ‘비빔툰’과 함께 일상만화의 양대산맥이었다. 그러나 뛰어나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너무나도 평범한 인간군상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사에서 오는 비루함과 그 안에서 톡쏘는 유머감각은 ‘비빔툰’에서는 맛볼 수 없는 ‘또디’만의 매력이었다.


‘달빛구두’는 ‘또디’와는 그림체에서부터 전혀 다른 만화였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릭터들과 화사한 색체가 만들어낸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는 당시 웹툰들 사이에서 단연코 두드려졌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신파와 통속에 그칠 수 있지만 이미 ‘또디’에서 일상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자랑했던 정 작가의 손을 거친 ‘달빛구두’는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가미한 명작으로 탄생했다. 70년대 이후부터 90년대 말까지 한국사회의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적절히 맞물리는 세 사람의 상황으로 인해 마치 실화처럼 느껴져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얻었다. ‘또 이 만화는 단순한 사랑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간의 단절과 화해를 담고 있어 많은 독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는 영화 ’친구‘와 비슷하며, 영화 ’인어공주‘와도 일맥상통하다.


그리고 6년만에 돌아온 정연식 작가의 파격적인 작품 ‘파이브’.

충격적인 예고편에 이어 드디어 1화가 공개되었을때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달빛구두’와 ‘또디’를 기억하는 팬들은 다시 돌아온 정 작가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는가 하면 ‘달빛구두’의 따뜻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야기 전개에 충격을 금치 못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파이브’는 현재 10화까지 연재가 되었다. 4화를 넘어서면서부터 정연식다운 스토리 전개가 이어져 첫 화에서 보여줬던 충격은 이미 사그라지고 격려와 환호만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정연식 작가의 본연의 풍을 보여주고 있는 만화 ‘파이브’는 정 작가가 영화판에 몸담고 있을 당시에 써두었던 시나리오로 ‘파이브’ 예고편을 본 독자들이 떠올린 영화 ‘추격자’와는 전혀 무관하다. 정말 가진 게 없는 여인이 스스로 만든 행복의 끄트머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 것을 빼앗긴 후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보여주는 만화다. 정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면 ‘파이브’가 단순히 복수를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잃은 여인의 이야기와 그 여인의 주변에 모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릴 예정이다. ‘파이브’의 원제인 ‘다섯개의 심장’이 말해주듯이 그녀를 포함한 5명의 인생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작품을 쓰기 위해 사전 취재를 1년이 넘게 했다니 탄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소재는 각기 다르지만 정연식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소시민들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정 작가에게는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작은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며 기뻐하고, 사실 별 것 아니지만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평범한 이들의 생활 단면을 콕콕 찝어내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그 콕 찝어낸 편린들이 정 작가의 손을 거쳐 사람들에게 눈물과 웃음, 분노, 회한의 감정을 자아낸다. 만화가 정 작가를 선택한 것은 그의 그런 재능을 썩히기 아까워서가 아니었을까.


어떻게 그런 재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일상이 그렇다고 한다. 사실 정 작가는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또디’의 ‘이팔육’보다는 ‘구석진’에 더 가깝다고 한다. 자신의 생활이 소시민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사실 겸손에 불과하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정 작가의 말도 그렇지만 그가 5년전부터 기획했지만 바빠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동화 ‘버려진 동전 이야기’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정 작가는 세상 어떤 사물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꾼인 그의 재능은 8살짜리 딸아이와 놀아줄 때도 빛을 발한다. 동화책을 맛깔난 구연동화로 만들어내는 것은 기본이요, 동화책 없이 천장 무늬만으로 장편의 동화를 지어낼 정도라니 가히 짐작할 만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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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정연식의 새로운 시작


생활만화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던 정연식 작가는 ‘달빛구두’를 연재하면서 그동안 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최초의 시도를 하게 되는데 바로 만화 OST 작업이다. ‘달빛구두’ 마지막화에서 정 작가는 OST를 공개했다. 지금은 음악을 깔거나 아예 영상으로 제작하는 웹툰을 가끔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도 기존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든 곡이다.


만화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음악도 한다니. 음악이 그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싶다.

정 작가는 대학시절 그룹사운드 출신으로 대학가요제 지방예선을 통과했을 정도로 실력있는 능력자다.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와 공동으로 작업한 ‘달빛구두’ OST는 자취방에서 녹음을 한 탓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 게 주택가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트럭소리다. 녹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자취방이니 한창 녹음중에 트럭 소음이 들리면 별 수 있겠나. 다시 녹음하는 수밖에.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OST는 대중들에게 공개되었고, 만화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단행본 부록으로도 제공된 이 OST는 몇몇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니 찾아보길 바란다.


현재 연재중인 ‘파이브’ 역시 예의 그 친구와 같이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 마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현재는 생업에 빠져있는 과거 그룹사운드(밴드) 친구들에게 정 작가는 함께 음악을 만들자고 약속했다. ‘달빛구두’ 영화 제작이 논의중일때도 정 작가는 유명 뮤지션이 아닌 자신의 친구들을 고집했다. 친구들에 대한 의리다. ‘파이브’가 영화화되더라도 그 친구들과 함께 OST를 만들 생각이다.


정 작가는 올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주 2회 연재를 하다보니 집을 떠나 작업실에서 먹고 잘 수 밖에 없는데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어 같이 작업하는 문하생들이 출근하는 9시전에는 일어나야하니 강행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공부를 하는 이유는 바쁘게 살다보면 잡생각이 안나기 때문이란다.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들이 자신을 괴롭힐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뒷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입학 사실을 호기심으로 받아들였던 게 부끄러워졌다. 그렇다고 단순히 순식간에 골아떨어지고 싶어서 비싼 돈을 들여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 짜는 법을 더 튼실하게 배우고 싶단다. 문하생들에게 뭔가 더 많이 가르켜주고 싶은데, 스토리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듣고 조금은 숙연해졌다.


그만큼 정 작가는 문하생들을 가족으로 생각했다. 가족이 아니라면 손해를 보면서도 문하생을 두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침 점심식사를 마친 직후에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뜨면서도 정 작가는 문하생들에게 바로 일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라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 모습이 마치 대가족의 큰오빠처럼 느껴졌다. 정 작가는 ‘파이브’가 끝나고 나면 문하생중 세 명의 문하생중 한 명은 어떻게든 데뷔를 시키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단지 일을 시키고 마는 것이 아니라 평생 만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은게 그의 소망이다.


작업 스트레스와 부족한 잠으로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을 때면 딸아이의 동영상을 보며 새로운 에너지로 채워넣는다는 정연식 작가. “그래.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장난감도 사주고 집도 사줄께”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그의 모습은 자기 작품속에 나오는 인물들과 똑같다.


어릴적 동네 어귀 평상에 앉아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던, 알고 보면 한심한 백수 청년이었던 동네 삼촌같은 느낌의 정연식 작가. 그를 선택해준 만화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또그의 머릿속에 가득 담겨진 이야기 꾸러미가 바닥날 때까지 만화가 그를 놓아주지 않기를 부탁하고 싶다.

 

 

  • 발행 2011-05-23 12: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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